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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수업

상실수업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by 마음고요 2023. 11. 29.

 

슬픔은 '삶이 어떠해야 한다'는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인 많은 믿음들이 산산히 부서지는 것이다.

 

 

인간은 어떤 공통된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태어난 후에 좋은 유년시절을 보낼 것이며, 그 유년시절이 어렵다면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 후 특별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직장도 구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직업을 얻거나 결혼 생활이 완벽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자녀들을 사랑할 것이고 대체적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어 백발이 될 때 가족들을 초대해 옛 앨범을 보여주며 모두들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날 늦은 밤 잠을 자다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고 희망이며 상상이다. 이것이 인생에 펼쳐져야 할 노정이다. 하지만 40대에 암에 걸리는 건 무슨 일인가? 사랑한 이가 차사고로 죽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또는 아이가 죽는 것은? 이것은 삶이 전개될 노선이 아니다.

 

 

신의 부름이 어떤 이에게는 한가로운 목요일마냥 예견되었다는 듯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예기치 않은 노크 소리를 내며 주말 프로젝트마냥 다가와 정신없게 만들기도 한다. 별안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랑한 이가 죽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때 당신의 세상은 돌연 바뀐다.

죽음이 더 갑작스러울수록 상실을 애도하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작별인사 할 틈과 가장 친하고 소중했던 사람이 사라지고 없는 삶을 적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기간은 상당히 길어진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왜 죽었는가? 그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럼에도 내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아야 한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당신이 남겨졌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잃었는가?

당신이 왜 굳이 남겨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가?

신과 우주만이 그 정답을 얘기해주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만은 있다.

당신들은 모두 살기 위해남겨졌다는 사실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공허감과 깊은 슬픔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 당신의 세계는 그대로 멈춰버린다. 하지만 우리는 떠나간 이들에 대한 비통함을 안고서 상실의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실의 현실은 깊은 정신적 충격과 절망을 가져온다.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허무를 통틀어 상실로 일컬으며 상실의 깊은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고 극복해가야 한다.

우리는 상실의 슬픔에 빠졌을 때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의 단계를 거쳐 정신적 심리적 상처를 치유한다.

상실의 원인은 암이나 심장마비, 뇌출혈, 희귀병을 포함한 질병뿐 아니라 사고, 범죄, 테러, 자살, 자연재해, 재난, 전사, 알츠하이머 등 다양하다.

 

특히 재난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은 심각한 정신적 쇼크 상태에 빠진다. 재난으로 인한 죽음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데 이런 재난들은 대형 사상과 인명 피해 그리고 광범위한 파괴 흔적을 남긴다.

재난에 대한 집단적 슬픔과 분노는 유사한 상실을 겪은 낯선 사람과 유대관계를 맺게 해준다. 생존자들은 슬픔과 애통함 속에서 오직 자신만이 이 낯선, 원치 않는 세상에 남겨졌다고 느낀다.

만일 재난이 인위적이고 고의적인 원인이라면 내가 사랑한 이를 무모하게 죽인 범죄자들에게 저주를 퍼붓기에 슬픔 안에는 격렬한 분노가 꽂힌다. 충격적이고 고통스런 사건으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

 

상실을 막을 수 없었던 스스로에 대한 분노, 혼자만 살아남아 있음에 대한 죄의식, 자신이 벌 받았다는 느낌, 내가 대신 죽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 사랑하는 이 대신 자신을 죽게 해달라는 기도, 충분히 절망했다고 생각했지만 절망은 때때로 불쑥불쑥 나타나고, 아무 이유 없이 울음이 터져 나온다.

 

상실은 극복될 수 없고 고통은 사라지지 않으며, 슬픔은 치유에서 꼭 거쳐야 하는 시간이니 가족이나 친구들은 상실감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는 시간을 잘 지켜봐줘야 한다. 시간이 얼마나 주어지든 삶이 얼마큼 완전하든 죽음은 인간에게 여전히 깊은 상실이라는 것. 슬픔을 통과하지 않으면 영혼과 정신, 마음을 치유할 기회를 잃는다.

 

 

우리는 슬픔을 애써 지우려고 하지 말고, 충분히 슬퍼해도 된다.

장례식은 떠나간 이를 그리며 다 같이 추모하는 시간이므로 충분히 슬퍼할 기회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 여행, 추억의 장소, 영화, 음악, , 음식, 취미 등 함께 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수만 가지 감정들을 충분히 느끼고 애도할 시간을 가져도 된다.

 

떠나간 이가 몹시 그리울 때 편지를 쓰면 큰 위로와 위안을 얻고 고통과 치유의 기록들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를 편지를 통해서 말해본다.
기일이나 특별한 기념일은 고인을 기억하는 모임을 갖고, 유가족 모임에 참여하여 서로 위로하는 것도 좋다.

떠나간 이의 빈자리를 상기시켜 주는 기념일을 보내야 하는 괴로움, 사랑하는 이의 일부인 유품을 정리하는 데서 오는 아픔 등 상실 후 맞닥뜨리는 다양한 현실을 받아들이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자신을 돌볼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슬픔과 애도의 힘이 우리를 치유하고, 잃었던 그 사람과 함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그것이 바로 슬픔의 은총이며, 슬픔의 기적이다. 충분히 슬퍼하라. 그러면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보내고 나면 우린 한없이 자신을 탓하게 된다.

집에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었더라면? 아이들이 그 심부름을 하러 밖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그가 건강검진을 평소에 잘 받았더라면? 그녀가 정신적으로 외롭지 않도록 평소에 관심을 가져주었더라면? 이제는 너무나 늦어버린 시간임에도 우리는 자꾸만 만일을 연발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후회할 만큼 후회하고, 미워할 만큼 자신을 미워하다가, 쓰러질 만큼 최대한 우는 것이 최선이다.

30분 동안 울어야 할 울음을 20분 만에 그치지 말 것, 눈물이 전부 빠져나오게 둘 것, 그리고 슬픔의 가장 밑바닥에까지 발을 디뎌볼 것. 배출되지 않은 눈물은 사라지지 않은 채 몸속과 영혼 안에 자리 잡고 있으니 통곡의 눈물은 다 쏟아내라.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 슬프다면, 명심하자. 감당 못할 만큼 신은 가혹하지 않다는 것, 절망 속에서 속히 빠져나오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는 것,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됐을 때 느껴지는 분노와 통곡, 부정, 혹은 원망과 자책감, 죄의식 그밖에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감정을 부인하지 말고 100퍼센트 드러내어놓고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상실을 극복하는 힘이 되어준다.

 

완벽하고 후회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자기 자신을 용서하자.

그 순간 당신은 진실로 최선을 다했다. 깨져 버린 삶을 되찾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점은 모두 다르고 사랑하는 이를 향한 슬픔에 종결은 결코 없다. 다만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중풍으로 9년간 마비된 몸으로 힘겹게 살아온 저자는 가빠지는 숨과 점점 꺼져가는 기운을 느끼며, 죽음과 남겨짐에 대한 가르침인 상실 수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책 상실 수업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슬픔을 애도하는 것에는 방식이나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고 죽음과 남겨짐에 대한 실천적 도움을 통해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저자가 죽음을 대하는 데 있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점은 슬픔을 감추지 말라는 것이다.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의 다섯 단계가 우리가 상실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들이다.

분노는 치유의 필수 단계이며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한다. 피해야 할 것은 슬픔으로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애써 멈추려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마음껏 슬퍼해도 된다.

 

 

 참고도서: 상실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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